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에 위치한 익산 근대역사관은 등록문화재 제180호인 '익산 중앙동 구 삼산의원' 건물을 현 위치로 이전 복원하여 개관한 의미 깊은 장소입니다.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 당시 익산의 변천사와 더불어 독립운동가의 숭고한 정신까지 담고 있는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입니다.
독립운동가 김병수와 삼산의원
이 건물의 가장 중요한 역사적 의미는 일제강점기 당시 독립운동가이자 의사였던 삼산(三山) 김병수(金炳洙, 1898~1951) 선생에 의해 1922년에 건립되었다는 점입니다. 김병수 선생은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 재학 중이던 1919년, 군산과 서울 남대문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인물로, 옥고를 치른 후 고향으로 돌아와 번화가였던 중앙동에 자신의 호를 딴 삼산의원을 개원했습니다. 이 병원은 단순한 의료 시설을 넘어, 선생이 의술을 통해 지역 주민들을 보살피고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활동을 펼친 독립운동의 거점이기도 했습니다.
건축적 특징과 역사적 변천
연면적 289.26m2의 2층 규모인 삼산의원 건물은 당시 익산 지역에서 보기 드문 서양 고전 건축양식이 적용된 건물로, 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근대 건축의 특징: 건축 벽면에 수평의 띠 모양을 돌출시킨 코니스 장식을 둘렀으며, 건물 중앙 입구의 **포치(현관)**는 아름다운 아치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높은 층고와 세로로 긴 창문은 근대 초기 병원 건물의 특징인 채광을 고려한 설계가 돋보입니다.
건물의 변천: 1945년 광복 이후에는 한국무진회사, 한국흥업은행, 그리고 국민은행 등의 금융 기관 건물로 사용되면서 익산 근대 상권의 중심지 역할을 이어갔습니다. 현재 역사관 1층 전시실의 왼쪽 벽면에는 당시 금융기관에서 실제로 사용했던 금고와 창문틀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건물의 다양한 역사를 엿볼 수 있습니다.
역사관으로 재탄생: 노후화로 인해 철거 위기에 놓였던 이 건물은 건축주의 기증과 익산시의 노력으로 해체 및 이전 복원 과정을 거쳐 2019년에 익산근대역사관으로 새롭게 개관했습니다.
현재 익산 근대역사관은 1층 상설전시실과 2층 기획전시실 및 교육실로 운영되며, **'이리·익산의 근대, 호남의 관문을 열다'**라는 주제로 익산의 근대역사, 농업 발전사, 그리고 4·4 만세운동을 비롯한 항일운동 등 익산 100여 년의 역사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