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 태백시 철암동에 위치한 철암탄광역사촌은 대한민국의 근현대 산업화의 역사를 상징하는 중요한 공간이자 생활사 박물관입니다. 석탄 산업의 호황을 누리던 1970~1980년대 철암 지역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당시의 생활상과 광부들의 애환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시간 여행지입니다.
철암의 역사와 '까치발 건물'의 탄생
철암 지역은 석탄 산업의 전성기였던 시절, 일자리를 찾아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크게 번성했습니다. 인구가 2만 4천 명에 달할 정도로 번화했지만, 산으로 둘러싸여 평지가 부족한 지형적 특성상 주거 공간이 턱없이 모자랐습니다.
까치발 건물의 특징: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광촌 사람들은 **철암천(川)**변의 하천 바닥에 나무나 콘크리트 지지대(기둥)를 세우고 그 위에 주거 공간과 상가를 지어 공간을 확장했습니다. 이 지지대의 형태가 새의 **'까치발'**을 닮았다고 하여 '까치발 건물'이라는 독특한 이름이 붙었으며, 이는 좁은 땅에서 삶을 개척했던 광산촌 사람들의 지혜와 절박했던 생활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보존과 복원: 철암탄광역사촌은 과거 철거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으나, 한국 근현대사의 소중한 유구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11채의 까치발 건물을 보존·복원하는 사업이 추진되었습니다. 2014년 '철암탄광역사촌'으로 개관하면서 역사적인 가치를 지닌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박물관의 구성과 전시 내용
철암천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까치발 건물들은 밖에서 보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폐점한 상가나 낡은 주택처럼 보이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광부들의 삶과 석탄 산업의 역사를 담은 다채로운 전시 공간이 펼쳐집니다.
생활사 전시: 역사촌 내 전시실은 당시의 거리와 호남슈퍼, 선술집, 이발관, 광부 가정집 등을 그대로 재현해 놓아 관람객들이 1970~80년대 탄광촌의 정서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흑백사진과 당시의 집기류, 연탄과 아궁이 모형 등은 그 시절의 모습을 생생하게 증언합니다.
광부들의 애환: 전시를 통해 파독 광부들의 독일 생활, 고된 노동 후의 일상, 그리고 월급날 아내가 남편의 돈 씀씀이를 걱정해 월급을 받으러 직접 사무실로 찾아왔던 에피소드 등 광부와 가족들의 희로애락을 엿볼 수 있습니다.
연계 관광: 역사촌 인근에는 석탄을 선별하고 가공하던 대규모 시설인 **철암역두 선탄시설(국가등록문화재 제21호)**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 선탄시설은 여전히 철로와 연결되어 있어 과거 석탄 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철암의 역동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철암탄광역사촌은 단순히 지나간 역사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 산업화의 어두운 이면 속에서도 굳건하게 삶을 이어갔던 사람들의 강인한 생명력과 가족애를 되새길 수 있는 의미 있는 장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