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동 비석문화마을은 부산의 아픈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독특한 마을이다. 이곳은 단순한 주거지가 아니라, 격동의 세월 속에서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의 희망과 재건의 역사가 새겨진 공간이다.
일제강점기 구한말, 부산항 개항 이후 일본인 거류민단이 형성되면서 아미동은 비극적인 변화를 겪었다. 당시 빈민촌이었던 이곳은 일본인들의 화장장과 공동묘지가 들어서며 죽음의 흔적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해방의 기쁨도 잠시,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은 아미동에 또 다른 시련을 안겨주었다. 수많은 피난민들이 부산으로 몰려들었고, 부산시내 판잣집 철거 정책으로 갈 곳 없던 이들은 산비탈을 따라 아미동으로 밀려들었다. 그들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삶의 희망을 놓지 않고 공동묘지 위에 터전을 잡고 마을을 일구기 시작했다.
이러한 아픈 역사의 흔적은 마을 곳곳에서 발견된다. 공동묘지에 있던 각진 상석이나 비석들은 가파른 골목길의 디딤돌로 사용되었고, 집의 주춧돌이나 옹벽을 쌓는 재료로 활용되었다. 이는 당시 사람들이 얼마나 절박한 상황 속에서 삶을 이어갔는지 보여주는 증거이자, 죽음의 공간을 삶의 공간으로 바꾸어낸 불굴의 의지를 상징한다.
하지만 아미동 비석문화마을은 과거의 아픔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최근에는 부산시의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과 행복마을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적극적인 재생 노력이 이루어졌다. 이를 통해 주민들을 위한 커뮤니티 시설이 건립되었고, 아미동 주민들 스스로 활발한 마을 공동체를 운영하며 이곳에서의 삶을 미래로 이어가고 있다. 아미동 비석문화마을은 슬픈 역사를 품고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생생한 삶의 현장으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